도쿄에 선 1000명 성도, 복음의 첫마디 “괜찮습니다”
복음의전함 ‘2026 블레싱 재팬’
난항 끝 신주쿠 한복판 복음광고 걸려
신주쿠 고가서 울려 퍼진 찬양과 복음
새중앙교회 오정숙 성도(오른쪽)가 5월 29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일대에서 전도 엽서를 건네고 있다. 맞은편 사람이 엽서를 받아 들고 있고, 뒤편 전광판에는 배우 진선규가 등장한 ‘It’s Okay! With Jesus’ 복음 광고가 떠 있다. 이날 거리 전도는 복음의전함이 진행한 ‘2026 블레싱 JAPAN’의 일환으로, 한국교회와 한일 디아스포라에서 온 1000여 명의 성도가 참여했다. 기독교인이 1%에 못 미치는 일본에서, 이들은 강한 구호 대신 위로의 문장과 찬양으로 복음을 전했다.
“피곤하신가요? 실패하셨나요?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시나요? 괜찮습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5월 29일 오후, 하루 평균 350만명이 이용하는 일본 도쿄 신주쿠역 일대는 한낮의 열기가 한창이다. 그 중심의 대형 전광판에 이 문장이 떠올랐다. 전광판 맞은편 신주쿠역 2층 고가 보행로에는 시민과 관광객이 쉴 새 없이 오갔다. 그 흐름 사이에 같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성도들이 줄지어 섰다. 이들은 두 팔을 벌려 지나가는 이들을 향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인파가 뒤섞인 거리에서 복음은 강한 구호보다 위로의 문장과 찬양으로 먼저 다가갔다.
이 장면은 복음의전함(이사장:고정민 장로)이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도쿄 요도바시교회를 거점으로 진행한 ‘2026 블레싱 JAPAN’ 현장이었다. 한국교회와 한일 디아스포라에서 온 1000여 명의 성도들은 신주쿠 전광판에 걸린 복음 광고를 거리 전도로 이어가기 위해 현장에 섰다. 광고 문구는 화면 위에 머물지 않았고, 같은 문장이 새겨진 티셔츠와 엽서, 찬양을 통해 시민들의 발걸음 사이로 흘러갔다.
그 준비는 첫날 요도바시교회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It’s Okay! With Jesus’ 티셔츠를 받아 들고, 일본 시민에게 어느 정도 거리로 다가서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전도엽서를 건네야 하는지 확인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앞에서 긴장도 있었지만, 이들이 붙든 메시지는 하나였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괜찮다.”
참가자들은 예배로 다시 마음을 모았다. 류응렬 목사(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기독교인이 1%에 미치지 못하는 일본 땅을 ‘광야’에 비유하며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역사를 일으키신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곳에 보내셨으니 그 말씀을 신뢰하며 나아가자”며 “이 시대에 하나님이 찾으시는 그 ‘한 사람’이 바로 우리가 되자”고 권면했다.
배우 진선규가 전광판에 오르기까지
도쿄 신주쿠 한복판에 복음 광고를 걸기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았다. 광고는 기독교 단체의 광고라는 점과 ‘Jesus’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현지 매체사로부터 여러 차례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복음의전함은 광고 게재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정민 이사장은 “끝내 전광판 허가가 나지 않는다면 성도들 스스로가 신주쿠 거리에 서서 ‘살아있는 광고판’이 되겠다는 각오로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어렵게 열린 전광판에는 배우 진선규의 얼굴이 걸렸다. 광고 속 진선규는 “피곤하신가요? 실패하셨나요?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시나요?”라는 질문 옆에서 일본 시민들을 마주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의 얼굴과 “예수님과 함께라면 괜찮습니다”라는 문장은 신주쿠의 네온사인 사이에 나란히 떠올랐다. 같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성도들은 그 아래 거리로 나아갔다.
29일 오후 신주쿠 거리 전도는 대형 전광판이 보이는 거리와 고가 보행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엽서를 나눠 들고 시민들의 보폭에 맞춰 다가갔다. 빠르게 지나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성도들은 큰 소리로 붙잡기보다 짧은 인사와 미소로 엽서를 건넸다.
한 시민은 엽서를 받아 든 뒤 걸음을 늦추고 일본어 문구를 훑어봤다. 그는 전광판을 한 번 올려다본 뒤 손에 든 엽서를 다시 펼쳐 보았다. 반대로 손을 내저으며 지나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엽서를 건네던 참가자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도 다시 고개를 숙여 다음 시민에게 다가갔다.
거절과 무관심이 교차하는 거리에서 성도들은 왜 각자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신주쿠 한복판에 섰을까.
“그럼에도 복음은 전해져야 합니다”
김무현 목사(동경복음교회)의 손에는 기타가 들려 있었다. 교회에서 신주쿠 거리까지는 한 시간가량 걸렸다.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사역한 그는 이곳의 공기와 사람들의 반응을 알고 있었다. 거리 전도는 현지 사회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노방전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 은혜를 받았으니까 흘려야죠. 공짜로 받았으니까 공짜로 흘려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전도의 결실을 자기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찾지 않았다. 김 목사는 “전도에 내 교회, 네 교회가 어디 있느냐. 하나님 교회로 가면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라며 일본 교회의 연합을 기대했다.
받은 은혜에 빚진 마음으로 선 이들
윤휘영 청년(방주교회)은 처음부터 뜨거운 사명감만으로 일본행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실은 일본 단기선교라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페인을 앞두고 말씀을 읽으며 마음이 달라졌다. 윤 청년은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함께 거리 전도에 나선 최유빈 청년(방주교회)은 자신에게 익숙했던 복음을 다시 돌아봤다. 최 청년은 “복음에 쉽게 노출되고 믿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보니 전하는 일에는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낯선 거리에서 엽서를 건네며 “예수님께서 겪으신 거절과 그 마음을 조금 더 가깝게 느껴볼 수 있었다”고 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도 있었다. 정다운·김병욱 부부(울산교회)는 21개월 된 아이와 함께 일본을 찾았다. 정 성도는 임신 5개월의 몸으로 현장에 섰다. 그는 “새생명 훈련을 받고 복음을 전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많이 가지게 됐다”며 “빚진 느낌이 많이 들어 남편과 함께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를 돌보며 전도에 함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정 성도는 물러서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는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전도하고 싶다”며 “복음에 대한 부끄러움과 안 좋은 인식이 많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도쿄 거리에서 한 문장을 붙든 이유는 일본 선교 현장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었다. 일본은 전체 인구 가운데 기독교인이 1% 미만으로 알려진 나라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복음을 전하는 현장에서는 여전히 척박한 땅으로 꼽힌다.
신주쿠의 전광판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 선명하게 빛났다. 고가 보행로 위와 아래 거리로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성도들은 마지막까지 엽서를 건넸고, 손을 내젓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시 미소를 고쳐 잡았다. 이날 성도들이 입고, 들고, 노래한 문장은 하나였다. “It’s Okay! With Jesus.”
[인터뷰] 복음의전함 고정민 이사장
우리가 ‘살아있는 광고판’ 됩시다
복음의전함(이사장:고정민 장로)의 복음 광고가 뉴욕 타임스퀘어를 넘어 일본 도쿄 신주쿠 한복판에 걸렸다. 고정민 이사장은 “전광판 허가가 나지 않는다면 성도들이 직접 거리에서 살아있는 광고판이 되겠다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신주쿠 전광판 광고 게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 이사장은 일본의 종교 광고 기준이 까다로웠고, 광고 문구에 ‘Jesus’가 포함되면서 현지 매체사로부터 여러 차례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거리 전도 역시 현지 질서와 허가 절차를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과제였다.
고 이사장은 “도쿄로 모인 성도들이 같은 전도 티셔츠를 입고 신주쿠 거리로 나가 우리 스스로 ‘살아있는 광고판’이 되자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 활동과 관련해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진심을 다해 상의했을 때 뜻밖에 길이 열렸다”고 했다. 전광판 광고와 거리 전도라는 두 관문을 넘어서며 복음의전함은 신주쿠 한복판에 복음의 문장을 세웠다.
복음의전함은 뉴욕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49번가 복음 광고도 2026년 1월 4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 연장했다. 고 이사장은 “예수님 오실 때까지 그 자리에 복음 광고가 계속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타임스퀘어 연합 전도 현장에서 전도 티셔츠를 계기로 한 무슬림 청년이 복음을 듣고 영접 기도를 한 일을 언급하며 “예비된 영혼이 돌아오는 것을 보았기에 광고 연장을 멈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사역 방향은 일상 속 ‘복음 브랜딩’이다. 고 이사장은 성도들이 ‘It’s Okay! With Jesus’가 새겨진 에코백과 텀블러, 티셔츠, 휴대전화 케이스를 일상에서 들고 다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성도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복음 광고판이 되는 굿즈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며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성도들의 일상에서 복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성혁 기자
기독신문